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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연애기록

베리x도일 2024. 4. 2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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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미적지근했다'고 비유하자면
지금은 살짝 '따뜻하다'고 표현할래.

시작은 호기심 반 잘생김 반.
설렘을 느껴본지가 오래된 나에게 오랜만에 설렘을 준 사람이었어.
뭐 잘생기기도 잘생겼고.

궁금했어.
그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고, 나에 대한 마음이 궁금했어.
그래. 잘 보이고 싶었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여려보이더라. 그런데 너무나도 단단했어.
시간이 그를 만들어준걸까?
아님 그가 시간을 딛고 만든 결과물일까?
뭐든 좋아.




-



난 나이 많은 사람을 좋아해서 더 좋았는데
그게 걱정이기도 했지.
이 사람에겐 연애만 하고있을 시간이 별로 없어보였거든.
이제 만나면 결혼을 해야할 나이니까.

내가 시간을 빼앗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그렇다고해서 내가 그의 미래가 될 자신도, 생각도 없었어.
(물론 그도 그럴 생각이 없을지 몰라🙃)

시간이 없기에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인연이라 생각이 드니 조급했어.
나이차가 있으니 더 성숙해보여야하나 고민하기도 했어.
그게 티가 났나봐.

그 사람이 어제 말하더라.

"너의 까부는 모습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 네 모습 그대로가 좋아"

나에겐 특유의 돌아이같은 까불거림이 있는데
그 모습이 좋았대. 맙소사.

불완전하고 미숙한 나 자신을 좋아해주는 그 말 몇 마디에
많은 걱정과 조바심이 사라졌어. 그는 날 위로한거야.

그냥 흘러가는대로 날 놔둬볼까 싶어.



-


이 사람은 날 고치려 들지 않아.
그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고있어.

고치려들고 참는 순간 기대하게 되고 그 기대는 실망이 된다는 걸.
그 걸 알고있더라고. 세상에..
좋더라.


-



난 모르는 게 많아.
그래서 똑똑한 사람이 좋더라고.

그런데 똑똑하다고 해서 다 좋진 않더라.
자신이 아는 걸 뽐내듯 말하고
하고싶은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은 질색이야.
그런 사람 말은 귀 기울여 들으려 해도
주워담을 새 없이 흘러나가.

이 사람은 차분하게 남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조곤조곤 새로운 얘기를 재밌는 책 읽듯 귓가에 흘려줘.
나는 흥미있는 드라마를 보듯 빠져들지.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는 건 즐거운 일임이 틀림없어.



-



그는 철저한 개인주의고
나 또한 철저한 개인주의야.

우리는 통화를 자주 하지만
일상의 모두를 공유하진 않아.

사랑한다고 해서 서로가 서로의 소유가 아님을 서로 잘 알아.

최소한의 지킬 것을 지켜가는 연애가 이렇게 담백하고도 따뜻하다니.



-

한 달 동안 이 많은 걸 느꼈어.

오랜시간 멈춰있던 나는
한겹 한겹 쌓이는 걸 느껴.
내가 성장하고 있어.

데일듯 뜨겁게 사랑하는 사랑만 해봤어.
나를 다 태웠기에 남는 것이 없었어.

한겹 한겹 날 쌓아주는 사랑을 처음 해봐.

하루하루 무언갈 배워.
살아있음을 느껴.

언제 이 관계가 끝이 나도 상관 없을 것 같아.
생각이 많은 나는 생각하지 않는 법을 배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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