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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 5

어른

어른이 뭘까 궁금했어.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진짜 어른스러운 어른은 늘 본인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했어.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들은 본인이 어른임을 알리기 위해 애썼어. 답은 선명했지만 혼동이 왔어. 누가 어른일까? 그렇게 난 나이가 들었어. 누가봐도 어른으로 불릴 나이. 내가 어른임을 알리려고 포장하며 애써보기도 했고 내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끝없이 솔직해보기도 했어. 살다보니 선명했던 답이 오히려 흐려지는 기분이야. 어른이 뭘까? 어른을 자처하는 사람? 누가봐도 어른스러운 사람? 어른스러워보이는 사람이 누군가의 앞에서는 한없이 아이같다면? 내 앞에서 어른을 자처하는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누가봐도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면? 가끔은 정의 내리고 싶지 않은 단어가 있기도 해.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진짜 어른스..

일기❤ 2024.04.15

모순

며칠 아팠다. 그래도 밥은 들어가더라 모순적인 인간. 나는 결국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팠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데 보이지 않아서 괴로웠다 고통이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별 후 회복과정을 5단계로 나눈다는데 난 그대로 멈춰있다 난 계속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데 내 시간은 늘 멈춰있다 멈췄다. 나는 멈춰있다. 난 멈춘 시간 속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모순적인 인간. 모든 순간이 흑백으로 흘러간다. 난 새로운 사람 앞에서 흑백으로 웃는다. 모순적인 인간. 멈추지 않고 걷는다. 그런데 멈춰있다. 모순적인 인간. 아무리 뛰어서 도망쳐도 늘 그 시간으로 돌아가있다. 모순적인 인간.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그런데 밥을 먹는다. 모순적인 인간.

일기❤ 2024.04.10

천안 터미널

살다보니 가기 싫은 몇 군데의 장소가 생겼는데 그 중 한 곳이 천안고속터미널이다. 널 보내기 싫어 수 없이 멍청하게 앉아있던 터미널. 마지막엔 날 보내기 싫어 울던 너의 모습으로 얼룩진 터미널. 그 곳에 오늘 다시 왔다. 돌릴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며 터미널에 앉아있다.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이 곳의 마지막 기억 속 더 아픈 사람이 나였으면 좋았을 걸. 왜 눈물 흘리며 날 보내던 니가 이 곳의 마지막 기억인걸까 다신 오기 싫다. 너무 아프다 너무 쓰리다 지나고 나니 상처 받은 기억은 흐려지고 상처 준 기억만 선명하게 남는다 오늘 너무 힘들다

일기❤ 2024.04.07

안 해보던 것들

안 해보던 데이트를 요새 해보고 있어.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카페에서 수다떨기 산책하기 드라이브 하면서 노래 따라부르기 드라마 본방송 챙겨보기 술 없는 하루도 재미있게 즐기기 뜨거운 커피 마시기 술 짧게 마시기 나도 변한 점이 있어. 작은 일에도 웃기 서운하면 바로 말하기 멍 오래 때리지 않기 짜증을 태도로 표현하지 않기 기분 좋게 헤어지기 너에게 그랬다면 우린 달라졌을까 니 모습을 만든 건 나니까 널 화나게 만든 건 나니까 널 지치게 만든 건 나니까 너의 하루를 빼앗은 건 나니까 니가 가진 도화지를 망쳐놓은 건 나니까 지우고 그릴 수 조차 없도록 두렵게 만든 게 나니까 구질구질 구차한 생각들만 가득한 이 밤 왜 넌 아직도 매일 밤 잠들기 전 내 머릿 속에 들어오는지

카테고리 없음 202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