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5월 26일 일기 "당신의 마음은 지금 몇 도 인가요?"

베리x도일 2021. 5. 2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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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이 펑펑 내리는 영하의 날씨와
데일듯 뜨거운 폭염을
어제 하루 사이에 수차례 겪고
거짓말 처럼 아침이 찾아왔다.

어제같은 하루를 겪은 적이 많아서
사실 다음날 아침이 오는 게 두려웠다.
그런 하루 뒤의 아침은 항상 고통스러웠고
뜨거움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상태였으며
눈을 뜨고도 다시 감아버리고 싶은
눈을 감아도 눈을 뜬 것 같은 시간이 되어버리니까.

예상과 다르게 아침의 온도는 따뜻했다.

아이러니하게 따뜻한 아침이 무서웠다.
반복되는 상황 안에서 당연하듯 반복되던 내가
더이상 쳇바퀴 속으로
자진하여 들어가지 않으려 한걸까

나는 내 아침이
차라리 고통스럽기를 바랐을수도 있어.
그래서 늘 쳇바퀴 안으로 뛰어 들어갔을수도.

자꾸만 그동안 잊고있던 '나'라는 사람이 보인다.

나는 꽤나 열정적이었으며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 때도 지금처럼
내 자신을 사랑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인상쓰며 허비하는 시간이
내 하루에 1분도 존재하지 않았다.

3년 3개월 전
혼자 다녀왔던 홋카이도 생각이 갑자기 났다.

8월의 폭염을 예상하며 도착했던 삿포로는
한국보다 무려 20도나 낮은 13도의 추운 날씨였다.
시리던 그 날씨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반팔 두어개만 챙겨간 나는
삿포로 유니클로에 들어가 후드를 샀고
근처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비닐우산을 사 쓰고 걸었다.

이상하게도 여행 중 타국에서 오는 비와
추운 날씨가 눈물나게 기분 좋았다.

하루에 5번 음식점에 들어가
밥과 맥주를 실컷 마시고
알딸딸하게 바라보는 젖은 거리는 참 예뻤다.

일본어라곤
인사랑 주문만 간단하게 할줄 알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빨빨거리며
혼자 잘 돌아다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3일동안 삿포로와 후라노를 싹 돌고난 후
출국 전 날 홋카이도 최대 번화가인
스스키노에 있던 관람차를 타고나서
나는 살면서 없던 고소공포증이 생겼다.
반짝반짝하게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을 보며
나는 영화속 주인공마냥 다짐했다.
나를 더 사랑하자고.
그리고 남을 덜 믿자고. 남한테 화도 내보자고.

판타지 영화에나 나오는 마법처럼
그 소원이 일부 이루어진걸까
지금의 나는 화를 참 많이 내고
남을 뼛속까지 믿지 않는다.
그게 내 마음을 지키는 방어라고 생각했다.

왜 오늘 아침, 저 날의 내가 그리운걸까
저 시간으로 돌아가지 못해서일까
저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없어서일까

오늘 아침 내 마음의 온도는
3년 전 추웠던 삿포로에서처럼 너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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