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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384

어른

어른이 뭘까 궁금했어.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진짜 어른스러운 어른은 늘 본인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했어. 어른스럽지 않은 어른들은 본인이 어른임을 알리기 위해 애썼어. 답은 선명했지만 혼동이 왔어. 누가 어른일까? 그렇게 난 나이가 들었어. 누가봐도 어른으로 불릴 나이. 내가 어른임을 알리려고 포장하며 애써보기도 했고 내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끝없이 솔직해보기도 했어. 살다보니 선명했던 답이 오히려 흐려지는 기분이야. 어른이 뭘까? 어른을 자처하는 사람? 누가봐도 어른스러운 사람? 어른스러워보이는 사람이 누군가의 앞에서는 한없이 아이같다면? 내 앞에서 어른을 자처하는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누가봐도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면? 가끔은 정의 내리고 싶지 않은 단어가 있기도 해. 살다보니 이상하게도 진짜 어른스..

일기❤ 2024.04.15

모순

며칠 아팠다. 그래도 밥은 들어가더라 모순적인 인간. 나는 결국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팠다 보이지 않는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데 보이지 않아서 괴로웠다 고통이 고통스러웠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이별 후 회복과정을 5단계로 나눈다는데 난 그대로 멈춰있다 난 계속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데 내 시간은 늘 멈춰있다 멈췄다. 나는 멈춰있다. 난 멈춘 시간 속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모순적인 인간. 모든 순간이 흑백으로 흘러간다. 난 새로운 사람 앞에서 흑백으로 웃는다. 모순적인 인간. 멈추지 않고 걷는다. 그런데 멈춰있다. 모순적인 인간. 아무리 뛰어서 도망쳐도 늘 그 시간으로 돌아가있다. 모순적인 인간.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그런데 밥을 먹는다. 모순적인 인간.

일기❤ 2024.04.10

천안 터미널

살다보니 가기 싫은 몇 군데의 장소가 생겼는데 그 중 한 곳이 천안고속터미널이다. 널 보내기 싫어 수 없이 멍청하게 앉아있던 터미널. 마지막엔 날 보내기 싫어 울던 너의 모습으로 얼룩진 터미널. 그 곳에 오늘 다시 왔다. 돌릴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시간을 하염없이 흘려보내며 터미널에 앉아있다. 마음이 아프다. 차라리 이 곳의 마지막 기억 속 더 아픈 사람이 나였으면 좋았을 걸. 왜 눈물 흘리며 날 보내던 니가 이 곳의 마지막 기억인걸까 다신 오기 싫다. 너무 아프다 너무 쓰리다 지나고 나니 상처 받은 기억은 흐려지고 상처 준 기억만 선명하게 남는다 오늘 너무 힘들다

일기❤ 2024.04.07

안 해보던 것들

안 해보던 데이트를 요새 해보고 있어. 아침부터 돌아다니기 카페에서 수다떨기 산책하기 드라이브 하면서 노래 따라부르기 드라마 본방송 챙겨보기 술 없는 하루도 재미있게 즐기기 뜨거운 커피 마시기 술 짧게 마시기 나도 변한 점이 있어. 작은 일에도 웃기 서운하면 바로 말하기 멍 오래 때리지 않기 짜증을 태도로 표현하지 않기 기분 좋게 헤어지기 너에게 그랬다면 우린 달라졌을까 니 모습을 만든 건 나니까 널 화나게 만든 건 나니까 널 지치게 만든 건 나니까 너의 하루를 빼앗은 건 나니까 니가 가진 도화지를 망쳐놓은 건 나니까 지우고 그릴 수 조차 없도록 두렵게 만든 게 나니까 구질구질 구차한 생각들만 가득한 이 밤 왜 넌 아직도 매일 밤 잠들기 전 내 머릿 속에 들어오는지

카테고리 없음 2024.04.03

화를 내지 않는 사람

화를 잘 내지 않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마음에 요동이 없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내가 늘 마음이 요동치는 사람이어서 늘 불완전한 사람이어서 그런가 나의 요동치는 마음에도 개의치 않는 단단한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어. 가만 보니 난 가진 것에 비해 눈이 참 높은 것 같네 그래 뭐 사실 말로만 글로만 표현할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었어.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우연찮게 운명처럼 만나게 된 사람이 화가 없고 감정기복이 없는 아주 무던한 사람이었어. 그와의 하루는 평온했고 평화로웠어. 내가 상상하지도 겪어보지도 못한 하루였지. 무던한 사람과의 하루는 살짝 따분하고 살짝 느리게 흘러갈 줄 알았지만 이 사람은 재미까지 있는 거야 장난도 남 기분 나쁠 얘기는 쏙 빼고 정말 웃기게 해. 그래서 시간 흐..

일기❤ 2024.04.02

사랑할 수 없음을

사랑은 만드는 것이 아니구나 의도하지 않아도 눈길이 가고 의식하지 않아도 생각이 나는 게 사랑인 것을.. 눈을 뜨면 생각이 나고 눈 감기 전 머릿 속을 가득 채우는 온 정신이 혼미해지는 판단력을 잃어버리는 끝 없이 커지는 마음인 것을.. 억지로 만들 수 없음을 억지로 사랑할 수 없음을 Never pretend to a love which you do not actually feel, for love is not ours to command.

카테고리 없음 2024.03.28

마음의 여유

걷기를 싫어하던 나는 늘 걷는 일이 생길 때 마다 불만이 가득했지 내가 차가 있어 뭐가 있어? 근데도 걷기 싫었어 남의 차 편하게 타고 주차장에 내려 관광지를 잠깐 걷는데도 무슨 화가 그리 났는지. 사실 걷는 게 싫었다기보다는 풍경을 즐길줄 몰랐고 그 순간을 사랑할 줄 몰랐던거야. 수 없이 가봤던 바다 하지만 제대로 걸어본 적 없던 바다를 이번에 처음으로 많이 걸어보았어. 재밌더라. 바닷바람이 좋았고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 좋았고 신발에 자꾸만 들어가는 모래 느낌이 좋았고 날 찍어대는 카메라마저 거부감 없었어 그래서 너에게 더 미안했다. 이제는 벚꽃이 피었어. 벚꽃에 늘 감흥 없던 나는 작년 이맘 때, 서울 길거리 포차에서 술을 마시며 테이블로 떨어지는 벚꽃들을 보고 벚꽃이 참 예쁘구나 생각했어. 살면서 ..

일기❤ 2024.03.27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가끔 속절없이 날 울린 그 노래로 남은 너 잠신걸 믿었어 잠 못 이뤄 뒤척일 때도 어느덧 내 손을 잡아준 좋은 사람 생기더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이 노래가 생각나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지 않아 한 구석에 정리된 잠기지 않은 서랍이니. 잠기지가 않아 언제든 자기 멋대로 열리는 그래서 와르르 쏟아지는 그래서 싫은 그래서 좋은 서랍 과거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일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일 잊기에는 소중한 기억 그나저나 구질구질하네 계속 옛사랑 얘기만 하고 있으니 그래도 비오는 날 이런 글쯤은 괜찮잖아?

일기❤ 2024.03.25

봄이 온다

계절도 내 마음도 이제 슬슬 봄이 온다 아직 서늘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주는 설레임 활활 불 타지 않지만 잔잔하게 서서히 타는 마음 끊이지 않는 대화 과하지 않은 관심 잘 맞는 코드 어색하지만 그래서 좋은 눈맞춤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누군갈 알아가며 설레이던 감정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손바닥에 땀이 나는 느낌 아직 도화지는 깨끗하다 그래서 좋다 지금부터 그려나갈 수 있음에

일기❤ 2024.03.23

흰 도화지, 새 크레파스

평일 주말 개념이 없는 나에게 주말이 기다려진다는 것은 새로운 설레임을 가져다 주고 있다. 질리도록 가봤던 바다에 간다는 사실에 나는 이상하리만치 설렌다. 못 해줬던 것들이 생각나서? 덜 웃었던 내 얼굴 덜 귀 기울였던 내 귀 불만만 많았던 내 태도들. 이 모든 실수들을 리셋하고 새로운 사람에게 새로운 내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은걸까 나는 흰 도화지에 새로 산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무섭지만 설레고 두렵지만 재미있다. 참 아이러니 하구나

일기❤ 2024.03.21